임차권등기명령만 알았더라면 전세금 때문에 맘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임차권등기명령 알아보기

맹모삼천지교?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어

내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우리 아들.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조금이라도 괜찮은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중학교가 하나 있다.

엄마들 사이 평판이 좋지 않다.

마치 그 학교를 가면 아이가 잘못 될 것 처럼 이야기 한다.

‘환경이 뭐가 중요해, 우리 아이가 그 안에서 잘하면 되지..’

평소 이런 생각으로 아이를 키워왔지만 나도 별수없는 애미인가보다.

모두가 NO!라고 하는데 나만 YES!라고 외칠 자신이 없었다.

그 학교에 입학하지 않을 방법은 이사 뿐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인천 연수동.

바로 옆 동네로 옮기면 나름 괜찮다고 하는 중학교가 꽤 있다.

결심

이사를 결심했다.

미리 이사를 해놔야 하기에 집을 알아봤다.

발품을 팔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냈다.

결혼 후 아직까지 내 집 하나 없는 것이 가끔은 서러울 때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전세집을 만났을 때 기쁨은 내 집을 장만한 것처럼 기쁘다.

누군가에게 뺏길까봐 바로 계약을 했다.

모아둔 돈으로 계약금을 냈다.

이사 갈 집의 집주인은 고맙게도 우리 전세 만기일에 맞춰 집을 비워주겠다고 했다.

모든게 딱딱 맞아떨어져 기분이 좋았다. 

설레임

돌아오는 길에 ‘집은 어떻게 꾸미지? 아이 방은 가구를 새로 사야 하나?’ 하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돌아와 지금 사는 집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만기 후에 이사를 가려고요. 미리 말씀드려요. 연장계약은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집주인은 그럼 집을 부동산에 내놓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혹시 이사날에 바로 전세금을 빼 줄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

만약 물어만 봤더라면…

만약 알았더라면…

그 맘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사 날이 10일 앞으로 다가 왔다.

이삿짐 센터에서 견적을 받고, 이케아에 가서 아이방 가구와 몇 가지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해 이삿날에 맞춰 배달을 신청했다.

불안

집 주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이삿날이 10일 후인데 전세금은 그때 주실 수 있죠?”

집주인은 아직 집이 안나갔다고 하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다른 부동산에도 다 말해놨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고 갔는데 아직 이라구?'

불안했다.

“혹시 집이 안나가면 전세금을 못 주시나요?”

집주인은 난감하다는 말투로 “그렇죠.”라는 대답을 해왔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이삿날까지 겨우 10일 남았는데. 그때까지 집이 빠진다는게 가능해?’

“사장님, 저희 그 날 잔금 무조건 치뤄야 해요. 무조건 그때 주셔야 해요. 알겠죠?”

두근거리는 심장과 온갖 잡생각에 휩싸여 목소리까지 떨렸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새로 들어와야 줄 수 있다는 속 뒤집어지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결국 우린 이사를 가지 못했다.

집주인과도 법적 소송중이다.

성찰

나의 준비성과 꼼꼼하지 못함을 탓해야 하는건지, 집주인의 무책임을 탓해야 하는 건지..

난 뉴스에서 사건사고를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더라”

나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니 관련 공부를 했다.

전세금 못 받았을 것 같으면 임차권등기명령

그 때 알게 된 임차권등기명령.

혹시라도 나와 같은 일이 다른 이에게도 생길 수 있으니 공부한 것 중 일부를 공유하려고 한다. 

요즘 대출규제로 인해 대출이 세입자도 막히고, 집주인도 막히고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은 바람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세입자가 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있기는 한데, 보통 법이라는게 몇 달씩 걸립니다.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다음 달에 이사를 가려고 계약을 해두셨다면 그거 맞추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세입자는 어떡하든 은행 대출을 받아 이사 갈 집에 전세금을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입신고가 문제죠.

지금 사는 집에 그냥 주소를 빼면 안되고, 새로 이사 갈 전세집에 전입신고는 해야 하고요.

이럴때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제도를 이용하면 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내가 새로운 집에 전입신고를 해도 예전 살았던(전세금을 못받은) 집에 계속 사는 걸로 됩니다.

다시 말하면 “전세금 줄 때까지 안나갈래요.” 하고 그 집에서 버티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겁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15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사 날짜가 안맞으면 골치 아플 수 있으니 적어도 그 전에 전세금을 빼 줄 수 있는지 없는지 집주인에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세입자가 일단 주소를 빼주고 빈집 상태가 되면 집주인이 거기에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세입자에게 주는 방법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대개 다주택자라서 요즘 대출 대부분 막혀 이 방법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면 세입자 전세금을 빼주기 위한 집주인 대출은 또 허가해 주는 방안도 정부가 고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이런 골치 아픈 일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검색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공부해보시면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